서론
몬트리올 시인에서 세계적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
1934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난 Leonard Cohen은 처음부터 음악가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그는 먼저 시인으로서 문학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맥길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1956년 첫 시집 'Let Us Compare Mythologies'를 출간했다. 당시 22세의 청년이었던 코헨은 이미 깊이 있는 철학적 사고와 독특한 문학적 감성을 보여줬다. 1960년대 초반까지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했다. 'The Favourite Game'(1963), 'Beautiful Losers'(1966) 같은 소설들을 발표하며 캐나다 문학계에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 뉴욕에서 겪은 경험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첼시 호텔에 머물면서 밥 딜런, 주디 콜린스 같은 포크 뮤지션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이때 음악에 대한 관심이 본격적으로 생겼다. 특히 주디 콜린스가 그의 시 'Suzanne'을 곡으로 만들어 부른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이 곡이 히트하면서 코헨은 자신도 직접 노래를 해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1967년 33세의 나이에 데뷔 앨범 'Songs of Leonard Cohen'을 발매했다. 늦은 나이의 데뷔였지만, 이미 완성된 문학적 감성과 인생 경험이 음악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Suzanne', 'So Long, Marianne', 'Hey, That's No Way to Say Goodbye' 같은 곡들은 기존 포크 음악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보여줬다. 단순한 연애 노래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긴 작품들이었다. 코헨의 목소리는 기존 가수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높은 음역대나 화려한 기교는 없었지만,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낮고 깊은 톤이 가사의 의미를 더욱 깊게 전달했다.
할렐루야 탄생과 종교적 영성이 담긴 음악적 여정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레오나드 코헨은 계속해서 음악적 실험을 이어갔다. 'Songs from a Room'(1969), 'Songs of Love and Hate'(1971), 'New Skin for the Old Ceremony'(1974) 등의 앨범들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하지만 진짜 걸작은 1984년 앨범 'Various Positions'에서 나왔다. 바로 'Hallelujah'라는 곡이었다. 이 곡은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코헨의 소속사였던 컬럼비아 레코드에서는 이 앨범을 미국에서 발매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Hallelujah'는 20세기 가장 위대한 곡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되었다. 제프 버클리, 존 케일, 케이티 페리 등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커버했고,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자주 사용되었다. 이 곡의 가사는 종교적 이미지와 세속적 사랑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걸작이었다. 다윗과 밧세바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개인적인 사랑의 경험까지, 성스러움과 세속성이 하나로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었다. 코헨의 음악에서 종교적 요소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유대교 집안에서 자란 그는 어려서부터 종교적 전통에 노출되었고, 나중에는 선불교에도 깊이 빠져들었다. 1990년대에는 아예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중 선원에서 5년간 수도승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런 영적 탐구가 그의 음악에 깊이와 보편성을 더해줬다. 단순한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에 대한 성찰이 그의 곡들에 담겨 있었다. 1988년 앨범 'I'm Your Man'에서는 전자음악적 요소를 도입하며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고, 1992년 'The Future'에서는 냉전 종료 이후의 세계에 대한 예언적 통찰을 담아냈다.
말년의 부활과 영원히 기억될 음악적 유산
2000년대 들어 레오나드 코헨은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오랜 침묵을 깨고 2001년 발매한 'Ten New Songs'를 시작으로 다시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 앨범 'Dear Heather' 이후에는 재정적 문제로 인해 다시 투어를 시작했는데, 이때의 공연들이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찬사받는 순간들이 되었다.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3시간이 넘는 공연을 소화해내며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인사하는 모습, 진심 어린 감사 인사, 그리고 여전히 깊이 있는 가사 전달력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2년 앨범 'Old Ideas'는 81세의 코헨이 죽음과 사랑, 신앙에 대해 성찰한 작품이었다.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여러 나라에서 차트 1위를 기록했다. 2014년 'Popular Problems', 2016년 'You Want It Darker' 등의 앨범들도 연이어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력을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 앨범 'You Want It Darker'는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작품이었다. 앨범 발매 3주 후인 2016년 11월 7일, 코헨은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은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밥 딜런,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추도사를 발표했고,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그를 기리는 공연을 열었다. 코헨이 남긴 음악적 유산은 단순히 노래를 넘어선다. 그는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고, 대중음악에 철학적 깊이를 더한 진정한 아티스트였다. 'Hallelujah' 하나만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그의 음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세대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시인으로 시작해서 음악가로 완성된 그의 예술적 여정은 창작자들에게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의 가능성을 보여준 귀중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