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음악가 아버지의 그림자와 독립적 예술가로서의 성장
1966년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태어난 Jeff Buckley는 복잡한 가족사를 안고 살았다. 아버지는 1960년대 포크록의 전설 팀 버클리. 하지만 제프는 아버지와 거의 만나지 못했다. 팀 버클리는 제프가 태어났을 때 이미 어머니 메리 기오벳과 헤어진 상태였고, 1975년 마약 과다복용으로 죽었다. 제프가 8살 때였다. 단 한 번 만났을 뿐인 아버지. 이런 부재는 상처가 되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힘이 되기도 했다. 어머니가 재혼하면서 제프는 의붓아버지 성을 따라 제프 무어헤드 스콧으로 불렸다. 그런데 음악을 시작하면서 다시 버클리 성을 썼다. 아버지의 유산을 인정하되 자기 길을 가겠다는 뜻이었을까. 어릴 때부터 음악광이었던 제프는 기타를 혼자 배웠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는 기본이고, 신기하게도 아랍 음악이나 인도 음악에도 빠져 있었다. 누시아 오마리오, 우미 쿨숨 같은 가수들 말이다. 이런 다양한 취향이 나중에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LA 음악원에서 재즈 기타를 배웠지만, 학교보다는 직접 연주하는 게 좋았다. 1990년대 초 뉴욕으로 건너가서 이스트 빌리지 카페들에서 기타를 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제프 버클리로 활동했다. 싸인 카페(Sin-é)라는 조그만 공연장에서의 라이브가 인생을 바꿨다. 1993년 여기서 한 공연이 음반업계 사람들 눈에 띄면서 모든 게 시작됐다.
Grace 앨범과 Hallelujah 커버로 증명한 음악적 천재성
1994년 나온 데뷔 앨범 'Grace'. 이 한 장으로 제프 버클리는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첫 앨범치고는 말도 안 되게 완성도가 높았다. 10곡 전부가 명곡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레오나드 코헨의 'Hallelujah' 커버는 정말 소름 돋는 수준이었다. 코헨 원곡의 종교적 분위기는 그대로 두면서도 완전히 다른 감정을 입혔다. 제프 버전에서 'Hallelujah'는 신성함과 육체적 사랑, 절망과 희망이 뒤섞인 복잡한 노래가 되었다. 그의 목소리가 진짜 예술이었다. 속삭이는 듯한 저음에서 갑자기 하늘 찌를 듯한 고음으로. 매 순간 다른 감정을 전달했다. 이 커버는 나중에 영화, 드라마에 무수히 쓰였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코헨 원곡보다 제프 버전을 더 기억한다. 앨범 타이틀곡 'Grace'도 걸작이었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곡인데, 사랑과 상실, 구원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 'Last Goodbye', 'Lover, You Should've Come Over'도 각각 다른 매력의 명곡들이었다. 제프의 보컬이 정말 독특했다. 록, 포크, 소울, 심지어 오페라까지 자연스럽게 섞어버렸다. 4옥타브 넘는 음역대도 대단하지만, 뭣보다 감정 전달이 압도적이었다. 기타 실력도 장난 아니었다. 클래식, 재즈, 록, 플라멘코 등등 안 되는 게 없었다. 노래에 딱 맞는 반주를 척척 만들어냈다. 앨범은 상업적으로도 성공해서 골드를 찍었고, 평론가들도 열광했다. 롤링 스톤에서는 "역사상 최고의 데뷔 앨범 중 하나"라고 했다.
30세의 젊은 나이에 떠난 천재와 영원히 남을 음악적 유산
1997년 5월 29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제프 버클리는 미시시피 강에 수영하러 갔다가 익사했다. 30세였다. 당시 두 번째 앨범 'My Sweetheart the Drunk' 작업 중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가 남긴 건 너무 컸다.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음악사의 전설이 되었으니까. 사후에 나온 앨범들이 여러 장 있다. 'Sketches for My Sweetheart the Drunk'(1998), 'Mystery White Boy'(2000), 'Live at Sin-é'(2003) 같은 것들. 미완성 작품들과 라이브 녹음들이었는데, 이것들을 들어보면 제프가 얼마나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밥 딜런, 빅 스타, 시드 바렛 등의 커버곡들에서 원곡을 완전히 자기 색깔로 바꿔버리는 능력이 정말 대단했다. 죽고 나서 오히려 더 유명해졌다. 라디오헤드 톰 요크, 콜드플레이 크리스 마틴, 뮤즈 매튜 벨라미 등 수많은 뮤지션들이 제프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그의 'Hallelujah' 커버는 음악사상 최고의 커버 중 하나로 꼽힌다. 2004년에는 아버지 팀 버클리와 함께 다룬 다큐멘터리 'Dream Brother'가 나오기도 했다. 제프는 정말 짧게 살았지만 음악의 모든 걸 다 해본 사람 같다. 장르 구분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고, 기술과 감정을 모두 갖춘 완벽한 예술가였다. 30년밖에 못 살았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갈수록 더 빛난다. 지금도 새로운 세대들이 계속 그의 음악을 발견하고 감동받고 있다. 죽음도 막지 못하는 진짜 아티스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