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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 댄스 록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 밴드

by inadfor 2025. 6. 14.

폴스
폴스

서론

2008년쯤인가, 친구가 폴스 공연 영상을 보여줬다. 야닉 필립피키스가 기타를 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손가락으로 퉁기는 게 아니라 거의 타악기처럼 두드리고 있었다. "이게 기타 맞아?" 싶었는데, 소리는 또 엄청 멋있었다. 그때부터 폴스에 꽂혔던 것 같다. 록 음악으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밴드가 있다니, 정말 신선했다.

옥스포드에서 만난 수학과 음악

폴스 멤버들이 다 옥스포드 대학 출신이라는 거 알고 있나? 야닉 필립피키스는 수학과였고, 에드윈 콩리브는 영문학이었다. 근데 음악을 하기 위해 대학을 때려쳤다고 한다. 부모님들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2005년에 밴드를 결성했는데, 처음 이름이 폴스가 아니었다. 'The Edmund Fitzgerald'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어쨌든 나중에 폴스로 바꿨다. 동물 이름인데 왜 하필 망아지를 택했는지는 모르겠다.

초기 멤버 구성도 지금과 좀 달랐다. 야닉(기타, 보컬), 에드윈(베이스), 잭 베번(드럼), 월터 거버스(기타), 이렇게 네 명이었나? 월터가 나중에 나가고 지미 스미스가 들어왔던 것 같다. 키보드와 샘플링을 담당했는데, 이 친구가 들어오면서 사운드가 더 풍성해졌다.

옥스포드라는 도시도 폴스 음악에 영향을 줬을 거다. 라디오헤드 고향이기도 하고, 전통적이면서도 진보적인 분위기가 있잖아.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폴스 음악도 클래식한 요소와 실험적인 요소가 잘 섞여있다.

수학 록이라는 독특한 장르

폴스 초기 음악을 들으면 정말 독특하다. 기타 리프가 마치 수학 공식 같다. 규칙적이면서도 복잡하고. 아무래도 야닉이 수학과 출신이라 그런가? 실제로 수학 록(Math Rock)이라는 장르로 분류되기도 했다.

2007년 EP 'Hummer'를 들어보면 그 특징이 확실히 드러난다. 타이틀곡 'Hummer'는 정말 중독적이었다. 기타 리프가 계속 반복되는데 지루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최면에 걸린 것처럼 계속 듣게 됐다.

'Mathletics'라는 곡도 재미있었다. 제목부터가 수학(Math) + 운동(Athletics)이잖아. 정말 폴스답다고 생각했다. 음악을 듣다 보면 뭔가 운동하고 싶어진다. 춤추고 싶어지는 충동이 든다.

이런 스타일이 당시로서는 정말 신선했다. 기존 록 밴드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헤비하지도 않고, 멜로딕하지도 않고. 그냥 묘하게 중독적이었다. 친구들한테 폴스를 추천하면 처음엔 다들 "이게 뭐야?" 했는데, 며칠 지나면 "그 밴드 이름이 뭐였지?" 하면서 찾아듣더라.

'Antidotes'로 터진 인지도

2008년 데뷔앨범 'Antidotes'가 나오면서 폴스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Cassius'라는 곡으로 시작하는데, 이 곡이 정말 강렬했다. 야닉이 "Cassius! Cassius! At best, you find a little remedy"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았다.

'Red Socks Pugie'도 좋았다. 제목이 뭔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중독적이었다. 기타 리프가 정말 기가 막혔고, 리듬도 복잡하면서 춤추기 좋았다. 클럽에서 틀어주면 사람들이 다 미쳐 날뛸 것 같았다.

'Olympic Airways'는 좀 더 서정적이었다. 폴스도 이런 곡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야닉의 보컬이 평소보다 부드러웠고, 기타도 아르페지오 위주였다. 앨범에 이런 곡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다.

이 앨범으로 폴스는 영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었다. 페스티벌에도 자주 초청받았고, 투어도 매진됐다. 한국에서는 아직 잘 몰랐지만, 유럽에서는 꽤 핫한 밴드가 됐다.

야닉 필립피키스의 독특한 기타 테크닉

폴스 하면 당연히 야닉의 기타 연주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사람 연주하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다. 일반적인 기타 테크닉과는 완전히 다르다. 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는 게 아니라 거의 태핑에 가깝다.

라이브 영상을 보면 더 놀랍다. 기타를 거의 타악기처럼 다룬다. 때로는 몸통을 두드리기도 하고, 때로는 현을 비비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연주해도 음정이 정확한 게 정말 대단하다.

기타 톤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디스토션보다는 클린 톤에 가깝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연주 방법 때문인 것 같다. 현을 강하게 튕기니까 자연스럽게 어택이 강해지는 거겠지.

처음에는 이런 연주법이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몇 곡 정도야 이런 식으로 할 수 있겠지만, 앨범 전체를 이런 스타일로 할 수 있을까? 근데 웬걸, 폴스는 계속 이런 스타일을 발전시켜 나갔다.

'Total Life Forever'와 음악적 진화

2010년 두 번째 앨범 'Total Life Forever'가 나왔을 때 정말 놀랐다. 첫 앨범과는 완전히 달랐다. 여전히 폴스다운 면은 있었지만, 훨씬 성숙하고 감성적이었다.

'Spanish Sahara'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폴스가 이런 곡을 할 줄 몰랐다. 7분짜리 대곡인데, 처음에는 조용하게 시작해서 점점 웅장해진다. 야닉의 보컬도 이전보다 훨씬 감정적이었다.

'Miami'도 좋았다. 제목만 들으면 밝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꽤 어두운 곡이었다. 신시사이저가 많이 들어가서 분위기가 묘했다. 80년대 뉴웨이브 느낌도 나고.

'This Orient'은 또 다른 스타일이었다. 월드뮤직 요소가 들어간 것 같았다. 폴스가 이렇게 다양한 시도를 할 줄 몰랐다. 첫 앨범만 듣고는 상상할 수 없는 변화였다.

이 앨범으로 폴스는 진짜 아티스트 밴드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댄스 록 밴드가 아니라, 음악적으로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밴드라는 걸 증명했다.

한국에서의 서서히 늘어난 팬층

폴스가 한국에 알려진 건 2010년대 초반인 것 같다. 처음엔 인디 음악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는데, 점점 팬층이 늘어났다. 특히 홍대 인디 씬에서 폴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 무비월드 같은 DVD 가게에서 폴스 라이브 DVD를 팔기도 했다. 나도 하나 샀는데, 화질은 별로였지만 라이브 에너지는 정말 좋았다. 특히 관객들이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음악 블로그들에서도 폴스를 자주 소개했다. "영국에서 떠오르는 신예 밴드" 이런 식으로. 유튜브에서 폴스 검색하면 한국어 댓글도 꽤 보였다. "이 밴드 왜 이제 알았지?" 이런 반응들이 많았다.

아쉽게도 초기에는 내한 공연이 없었다. 팬들이 계속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라이브로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밴드인데.

'Holy Fire'와 더 강해진 사운드

2013년 'Holy Fire'가 나오면서 폴스는 또 한 번 변신했다. 이번에는 더 록적이고 강렬해졌다. 'Inhaler'로 시작하는데, 이 곡이 정말 강했다. 첫 앨범의 댄스 록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My Number'는 폴스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가 됐다. 중독적인 후렴구에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었다. "I'm on fire"라는 가사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라디오에서도 자주 틀어줬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Late Night'도 좋았다. 제목 그대로 밤늦은 시간에 듣기 좋은 곡이었다. 기타 톤이 정말 아름다웠고, 야닉의 보컬도 몽환적이었다. 드라이브할 때 듣기 딱 좋은 그런 곡.

이 앨범으로 폴스는 완전히 메인스트림에 진입했다. 영국 차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고,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이때부터 폴스를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드디어 성사된 첫 내한공연

2016년인가? 드디어 폴스 첫 내한공연이 성사됐다. 올림픽홀에서 열렸는데, 티켓팅 경쟁이 꽤 치열했던 기억이 난다. 그동안 기다렸던 팬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었다.

공연 당일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관객들 연령대도 다양했고, 다들 정말 신나했다. 야닉이 무대에 나왔을 때 함성이 엄청났다. "Seoul!" 하고 외치니까 관객들이 더 열광했다.

'My Number'할 때는 관객들이 다 함께 떼창했다. 한국어 가사는 아니었지만 멜로디가 익숙해서 따라 부르기 쉬웠다. 그 순간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느낌이랄까.

'Spanish Sahara'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조용해지면서 집중도가 높아졌다. 7분 내내 관객들이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관객들의 매너가 정말 좋다는 걸 느꼈다.

앵콜에서 'What Went Down'을 했는데, 정말 폭발적이었다. 관객들이 다 뛰어다녔고, 야닉도 무대를 종횡무진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았다.

최근작들과 계속되는 진화

2019년 'Everything Not Saved Will Be Lost'라는 두 개의 앨범을 냈다. Part 1과 Part 2로 나누어서 발매했는데, 꽤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Exits'라는 곡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On the Luna'도 좋았다. 꿈결 같은 느낌의 곡이었는데, 폴스의 새로운 면을 보여줬다. 기타 톤도 이전과는 달랐고, 전체적인 분위기도 더 몽환적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예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다. 여전히 좋은 음악이지만,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신선함은 없었다. 아무래도 익숙해져서 그런가? 아니면 정말로 예전만 못한 걸까?

그래도 폴스는 여전히 라이브가 강한 밴드다. 최근 공연 영상들을 봐도 에너지는 여전하다. 야닉의 기타 연주도 나이 들수록 더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댄스 록의 개척자로서의 의미

폴스가 음악사에 남긴 가장 큰 의미는 댄스 록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것 같다. 물론 댄스와 록의 결합이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니지만, 폴스만의 독특한 방식이 있었다.

기존의 댄스 록은 대부분 일렉트로닉 요소에 의존했다. 신시사이저나 샘플링을 많이 썼다. 하지만 폴스는 기타만으로도 충분히 댄스 비트를 만들어냈다. 이게 정말 혁신적이었다.

특히 야닉의 기타 테크닉은 많은 기타리스트들에게 영감을 줬다. 기타를 단순히 코드나 리드만 치는 게 아니라 퍼커시브한 악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이후에 비슷한 스타일의 밴드들이 많이 나타났다. 직접적으로 폴스를 카피한 건 아니지만, 분명히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 보였다. 그만큼 폴스의 임팩트가 컸다는 뜻이다.

지금도 계속되는 실험정신

폴스의 가장 큰 매력은 계속 변화한다는 점이다. 같은 스타일을 반복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시도를 한다. 때로는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도전하는 자세가 대단하다.

최근에는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전통적인 밴드 편성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악기들을 시도하고 있다. 관현악이나 전자 음악 요소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야닉의 솔로 프로젝트도 흥미롭다. 폴스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폴스 음악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앞으로도 폴스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정말 궁금하다. 예측 불가능한 밴드라서 더 기대된다. 분명히 또 우리를 놀라게 할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다.

폴스는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몇 안 되는 밴드 중 하나다. 유행을 따라가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는다. 자신들만의 길을 가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 정말 대단하다.

개인적으로는 폴스 덕분에 기타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게 됐다. 기타로도 이렇게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구나. 그리고 록 음악도 사람들을 춤추게 할 수 있구나. 이런 깨달음을 준 밴드다.

다음 내한공연이 언제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보고 싶다. 라이브로 보는 폴스는 정말 다르다. 그 에너지를 직접 느껴봐야 폴스의 진짜 매력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