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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패트롤, 감성으로 세상을 울린 아일랜드 밴드

by inadfor 2025. 6. 15.

스노우 패트롤
스노우 패트롤

 

서론

2006년 드라마 'Grey's Anatomy'에서 'Chasing Cars'가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까지 스노우 패트롤을 몰랐는데, 그 곡 한 번 듣고 완전히 빠져버렸다. "If I lay here, if I just lay here"라는 가사를 들으면서 왜 이렇게 마음이 아린지 모르겠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밴드가 북아일랜드 출신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났나 보다.

북아일랜드 던디에서 시작된 우정

스노우 패트롤의 시작은 1994년 던디 대학이었다. 게리 라이트펜과 마크 맥켈런이 같은 영문학과였는데, 음악 취향이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고 한다. 둘 다 인디록을 좋아했고, 특히 R.E.M.이나 소닉 유스 같은 밴드들을 좋아했다.

처음 밴드 이름은 'Polar Bear'였다. 좀 귀여운 이름이었는데, 다른 밴드가 같은 이름을 쓰고 있어서 바꿔야 했다. 그래서 'Snow Patrol'이 됐는데, 별로 깊은 뜻은 없었다고 한다. 그냥 겨울 느낌이 좋아서 택했다는.

초기 멤버는 게리와 마크 둘뿐이었다. 게리가 보컬과 기타, 마크가 베이스를 맡았다. 드럼은 없었나? 드럼 머신을 썼던 것 같다. 그래서 초기 음악이 좀 차갑고 미니멀한 느낌이었다.

대학 시절에는 정말 무명이었다. 작은 클럽에서 공연하고,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서 음반사에 보내고. 그런데 관심을 보이는 곳이 거의 없었다. 게리는 나중에 인터뷰에서 "정말 힘든 시절이었다"고 했다.

인디 레이블 시절의 고군분투

1997년 첫 번째 EP 'Starfighter Pilot'이 나왔다. 인디 레이블에서 냈는데,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 들어보면 나쁘지 않은데, 당시에는 묻혔나 보다. 아마 홍보가 부족했을 거다.

1998년 데뷔앨범 'Songs for Polarbears'도 마찬가지였다. 앨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초기 밴드명에 대한 애착이 있었나 보다. 음악은 꽤 실험적이었는데, 지금의 스노우 패트롤과는 많이 달랐다.

이 시기의 스노우 패트롤은 좀 더 노이즈적이고 거칠었다. 게리의 보컬도 지금보다 날카로웠고, 전체적으로 다크한 분위기였다. 팬들 사이에서는 이 시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2001년 'When It's All Over We Still Have to Clear Up'도 비슷했다. 여전히 실험적이었고,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음악적으로는 점점 성숙해지고 있었다. 특히 멜로디 메이킹 실력이 늘고 있었다.

조니 퀸의 합류와 변화의 시작

2002년 드러머 조니 퀸이 합류하면서 스노우 패트롤이 본격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전에는 드럼 머신을 썼는데, 진짜 드러머가 들어오니까 사운드가 완전히 달라졌다. 더 역동적이고 감정적이 됐다.

조니가 들어온 후 첫 앨범이 2003년 'Final Straw'였다. 이 앨범부터 지금 우리가 아는 스노우 패트롤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Run'이라는 곡으로 처음 주목받았는데,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다.

'Run'을 처음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Light up, light up, as if you have a choice"라는 가사와 함께 피아노가 들어오는 부분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게리의 보컬도 이전보다 훨씬 감정적이고 절실했다.

'Chocolate'도 좋았다. 좀 더 록적인 곡이었는데, 후렴구가 정말 중독적이었다. 이런 곡들을 들으면서 스노우 패트롤이 특별한 밴드라는 걸 느꼈다. 감정을 전달하는 능력이 정말 뛰어났다.

'Eyes Open'과 전 세계적 성공

2006년 'Eyes Open' 앨범이 나오면서 스노우 패트롤은 완전히 다른 레벨에 올라섰다. 특히 'Chasing Cars'라는 곡이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했다. 이 곡 하나로 스노우 패트롤의 인생이 바뀌었다.

'Chasing Cars'는 정말 완벽한 곡이었다. 단순한 구조지만 엄청난 감동을 주었다. 기타 코드도 간단했고, 가사도 복잡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정말 깊었다. "We'll do it all, everything, on our own"이라는 가사가 가슴에 와 닿았다.

미국 드라마 'Grey's Anatomy'에서 이 곡이 나온 후 정말 유명해졌다. 극중 상황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 이후로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자주 사용됐다. 슬픈 장면에는 거의 필수곡이 됐다.

'You're All I Have'도 좋았다. 좀 더 록적인 에너지가 있으면서도 여전히 감성적이었다. 게리의 보컬이 점점 완성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감정의 폭이 넓어졌고, 표현력도 풍부해졌다.

'Open Your Eyes'는 앨범의 마지막 곡이었는데, 희망적인 메시지로 끝나는 게 좋았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슬픈 분위기의 앨범이었는데, 마지막에 이런 곡이 있어서 위로가 됐다.

한국에서의 특별한 사랑

스노우 패트롤은 한국에서 정말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 'Chasing Cars'가 드라마에 나온 후 국내에서도 엄청 유명해졌다. 당시 카페나 라디오에서 정말 자주 들렸다. 특히 감성적인 프로그램에서는 거의 필수곡이었다.

2000년대 후반 한국의 록 음악 팬들에게 스노우 패트롤은 거의 바이블 같은 존재였다. 콜드플레이나 라디오헤드와 함께 꼭 들어야 하는 밴드로 여겨졌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20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자주 언급됐다. "요즘 우울할 때 듣기 좋은 음악" 이런 글에는 항상 스노우 패트롤이 포함됐다. 'Chasing Cars'는 거의 모든 플레이리스트에 들어있었다.

아쉽게도 2000년대에는 내한 공연이 없었다. 팬들이 계속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리운 밴드였다. 라이브로 'Chasing Cars'를 듣고 싶어하는 팬들이 정말 많았다.

게리 라이트펜이라는 송라이터

스노우 패트롤의 핵심은 역시 게리 라이트펜이다. 이 사람의 감정 표현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 복잡하지 않은 가사로도 깊은 감동을 준다. 아마 북아일랜드 출신이라서 그런 감성이 있는 것 같다.

게리의 보컬은 기술적으로 완벽하지는 않다. 고음도 그렇게 높지 않고, 성량도 엄청나지 않다. 하지만 감정 전달력이 정말 좋다. 진정성이 느껴진다. 특히 슬픈 곡들에서는 정말 마음을 울린다.

송라이팅 능력도 훌륭하다. 일상적인 소재로도 감동적인 곡을 만들어낸다. 사랑, 이별, 그리움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특별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

인터뷰를 보면 정말 솔직한 사람인 것 같다.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한다. 이런 솔직함이 음악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것 같다. 가식이 없어서 더 진실하게 들린다.

'A Hundred Million Suns'와 웅장함의 추구

2008년 'A Hundred Million Suns'는 스노우 패트롤의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전 앨범들보다 더 웅장하고 스케일이 큰 사운드를 추구했다. U2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Take Back the City'로 시작하는데, 정말 에픽한 곡이었다. 이전의 내성적인 스노우 패트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더 자신감 있고 당당한 느낌이었다. 성공의 자신감이 음악에도 반영된 것 같았다.

'Crack the Shutters'는 아침에 대한 노래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맞는 아침의 느낌을 노래했는데, 정말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일상적인 순간을 이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이 스노우 패트롤의 장점이다.

'The Lightning Strike'는 세 부분으로 나뉜 대곡이었다. 총 16분짜리인데,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몰입도가 높았다. 스노우 패트롤도 이런 실험적인 곡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전 앨범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다. 너무 웅장함을 추구하다 보니 오히려 감정적인 깊이는 좀 부족했다. 팬들 반응도 엇갈렸다.

드디어 성사된 첫 내한공연

2012년인가? 드디어 스노우 패트롤 첫 내한공연이 성사됐다. 올림픽홀에서 열렸는데, 그동안 기다렸던 팬들이 몰려들었다. 티켓팅도 꽤 경쟁이 치열했던 걸로 기억한다.

공연 당일 분위기가 정말 특별했다. 관객들이 조용히 집중해서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노우 패트롤 음악의 특성상 떠들기보다는 감상하는 분위기였다. 게리도 한국 관객들의 매너에 감동했다고 했다.

'Run'을 할 때는 관객들이 다 함께 따라 불렀다. "Light up, light up" 부분에서 정말 감동적이었다. 게리의 목소리와 관객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순간이 잊을 수 없다.

당연히 앵콜에서는 'Chasing Cars'를 했다. 모든 관객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첫 코드가 울리자마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다들 조용히 들었다. 마지막 "If I lay here"에서는 정말 눈물이 날 뻔했다.

공연이 끝나고 게리가 "Seoul, thank you so much"라고 인사했을 때 관객들이 일어서서 박수쳤다.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최근 활동과 여전한 매력

2010년대 들어서 스노우 패트롤은 예전만큼 활발하지는 않다. 게리가 솔로 활동도 하고, 멤버들도 각자의 일이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가끔씩 앨범을 내고 투어를 한다.

2018년 'Wildness'라는 앨범이 나왔는데, 7년 만의 정규앨범이었다. 오랜만이라 그런지 기대가 컸다. 실제로 들어보니 예전의 그 감성이 여전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성숙해진 느낌도 있었다.

'Don't Give In'이라는 곡이 특히 좋았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스노우 패트롤답게 감동적이었다. 게리의 보컬도 여전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구나 싶었다.

최근에는 스트리밍에서도 꾸준히 인기다. 'Chasing Cars'는 여전히 많이 들린다. 새로운 세대들도 이 곡을 발견하고 감동받는 것 같다. 좋은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다.

감성 록의 교과서 같은 존재

스노우 패트롤이 록 음악사에 남긴 의미는 분명하다. 감성 록이라는 장르를 완성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콜드플레이와 함께 2000년대 감성 록의 양대 산맥이었다.

특히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정말 뛰어났다. 복잡한 기교나 화려한 연주보다는 진심을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이런 접근법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다.

송라이팅 방면에서도 많은 영향을 줬다. 일상적인 소재를 감동적으로 만드는 능력, 단순한 가사로도 깊은 의미를 전달하는 기법 등이 후배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줬다.

라이브 공연에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여전히 특별한 이유

지금도 스노우 패트롤이 특별한 이유는 진정성 때문인 것 같다. 유행을 따라가려고 억지로 변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런 일관성이 팬들에게 신뢰를 준다.

게리 라이트펜의 인간적인 매력도 크다. 스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탈하고 진솔하다. 이런 모습이 음악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가식 없는 음악을 만든다.

음악적으로도 여전히 완성도가 높다. 나이가 들면서 더 깊어진 면도 있다. 젊은 시절의 열정과 중년의 성숙함이 잘 조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도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든다. 'Chasing Cars'를 지금 들어도 여전히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음악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스노우 패트롤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밴드 중 하나지만,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음악을 만드는 밴드이기도 하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걸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이런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데, 스노우 패트롤은 그걸 해내고 있다.

앞으로도 스노우 패트롤이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줬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수록 더 깊어지는 감성으로, 우리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는 음악을 만들어줄 것 같다. 'Chasing Cars' 같은 명곡이 또 나올지도 모르겠다. 기대해본다.